1. 졸업과 취업
졸업 (1분기)
석사 디펜스를 끝내고, 완전히 학교를 떠났다. 포항과 서울을 2주마다 오가곤 했으니, 타지에서 지내는 외로움이 컸다. 그렇지만 개개인 퍼포먼스가 훌륭한 연구실 친구들은 나에게 큰 자산이다. 연구적으로 디스커션도 많이하고, 같은 업계에 있으니 서로 동향을 알기 좋은 사람들이다.
일전에도 말한바 있지만, 학위로 얻은 것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내가 무엇을 공부를 하든 스스로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
- 체계적, 논리적으로 고민하고 그 결과를 계층적 구조로 작문하는 능력
나는 연구가 잘 풀린 사람은 아니다. 허나 과정에서 얻어간 기억과 경험은 앞으로 어떤 일에서든 가장 베이스가 되는 시드일 것이다. 학교에서의 셀프 모티베이션은 지금도 꺼지지 않았고, 나의 전문성을 계속 키우도록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취업 (1분기)
졸업이 끝이 아니고, 다음 운신이 어디인지 결정되어야 했다. 2022년 당시, 가을 이후의 사고 때문에 졸업도 밀릴 뻔하여, 취업을 못할 줄 알았다. 그래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많은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고, 덕업일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전하였다.
나의 기술적 역량을 살릴 수 있으면 나이스하고, 나의 관심사까지 살릴 수 있으면 베스트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의 회사는 몇 없었고, 모두 비슷하기에 준비하기 적절하였다. 운이 좋게도 현재 그 중 한 곳에 다니고 있고, 일의 만족도는 높다.
아직 주니어 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회사 만족도는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될 것 같다.
- 덕업일치, 나의 취향, 취미, 관심이 회사의 사업과 일치하는가?
- 직무일치, 나의 지식, 기술, 역량이 회사의 직무와 일치하는가?
2. 회사에서의 일
TFT (2분기)
입사 후, 연수가 끝나자마자 TFT로 들어갔다. 원래대로라면 입사 초기에 연수를 받고, 현업에서 멘토링을 받으며 적응 기간을 가진다. 특이하게 나는 바로 TFT로 파견되어서 2~3달 가량 사업 기획을 하는 것이 회사에서의 첫 일이었다.
업종 특성상 사업 기획은 곧바로 매출과 직결된다. 그래서 이 업종에 커리어를 쌓는다면 반드시 해야할 경험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니어 때, 겪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직접 개발과는 다소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테면 직접 개발보다는 사업 관리, 아키텍트 등 관리자 커리어로 가야하는 걸까? TFT가 끝나는 쯤에 나의 고민은 아래와 같았다.
- 아직은 개발 역량을 직접적으로 더 키우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 회사 특성상 커리어가 아키텍트 같이 매니지먼트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
- 무엇보다 주니어가 매니지먼트 커리어로 바로 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후 나는 TFT를 통하여 신설되는 팀으로 이동 제안을 받았다. 이쯤 나의 고민은 아래와 같았다.
- 내 유관 분야는 아니지만, 직접 개발을 할 수 있는 현재 팀
- 내 유관 분야이지만, 직접 개발보다는 아키텍트로 가는 신설 팀
나의 결정은 후자였다. 유관 분야와 더욱 얼라인되는 면에서 메리트가 있었고, 직접 개발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경험이 적은 나만의 좁은 시야일 수 있다. 개발은 꼭 회사에서만 가능하지 않다. 회사 밖에서 얼마든지 사이드가 가능한 것이 개발자의 세계이다. 고민 끝의 결론은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가능한 일을 하자, 즉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일” 이다.
SW 개발 (3분기)
일단 팀을 이동하는 건 나중 일이고, 여름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본업을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형상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뒤쳐져 있고,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도 처음 보는 것이여서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
하나씩 만져가며, 각종 구현들이 어떻게 운용서 및 기능과 매핑되는지 파악하느라 주말에도 출근하였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개발 종료 기한이 다가와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식별해야만 했다. 그 결과 요구사항의 상당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넘겨주어야 했다.
이 시기의 나는 매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1차적으로 못하는 내가 잘못인가? →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입되는게 맞는건가? → 숙련도가 있어야 일도 하는데, 어떻게 바로 할 수 있을까? 당시 어느 멘토로부터 다음의 말을 들었다. “너가 못한게 아니다.”, 대신에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수행하는 것이 무조건 맞는 방향임을 알고 있었다.
- (잘한 점)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단 하나라도 놓지 않았다. 결국 배우는 모든 것은 나의 자산이다. 새로운 태스크니까 조금이라도 흐름을 알아두면, 나중의 비슷한 태스크를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 (잘한 점) 단 하나의 기능이라도 내 이름으로 된 주석과 코드를 남겨 놓고 싶었다. 그런 증거들이 나의 이야기가 되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개발자로서 가장 큰 긍지를 느끼는 결과물이라 생각하였다.
- (못한 점) 결과적으로 나의 퍼포먼스가 좋지 않았다. 온전히 이유가 나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하고자 했던 구현사항을 모두 완료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기능 구현을 완성한 것은 있다. 그리고 그 기능 코드에는 나의 이름이 들어가있다. 현재는 이 개발팀에서 떠났지만, 최근 테스트 단계의 이야기를 들으니 남아있는 동기들이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규 사업 (4분기)
가을을 보내면서, 새로운 팀으로 이동하여 일을 시작하였다. 사업 초기인 만큼 페이퍼워크가 많고, 요구사항분석을 하고 있다. 매력적인 점은 사업 초기의 시스템을 빌딩하는 분위기와, 없던 걸 만드는 도전적인 것이다. 주니어에게 이런 기회가 오는 것도 흔하지 않고, 무엇보다 나의 성향에도 이런 일이 참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현재 사업은 이전 개발처럼 단독이 아니라, 여러 회사들이 함께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래서 앞으로 알고 지내야 할 사람들도 많고, 사람 간 얽히는 일이 단순 지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수석급들이 어떤 액션을 취하며 대응하는지 보고 배우고 있다.
- 스타팅 멤버로 시작해서 End-to-End로 업계 프로세스를 겪는 것은 주니어에게 큰 기회이다. 향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지금 경험은 매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 나의 의견도 내고, 일정도 조율하여 회의를 한다. 조금씩 숙련도가 쌓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 현재 팀에 중간 선임이 없다. 수석들이 PM, 관리자, 선임 역할을 다 하는데, 올라운더인 그들의 역할에 존경심이 든다. 얼른 성장해서 내 1인분을 하고자 한다.
- 동료와 호흡이 맞아가는 듯하다. 나에게 없는 것이 동료에게 있고, 동료에게 없는 것이 나에게 있다.
앞으로 회사에서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무조건 현재 사업이 성공적으로 굴러가도록 가능한 나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