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인공지능

내가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면, 몇 번의 결정적인 기회들이 스쳤음을 깨닫는다. 2020년, 나는 AI 연구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대중에게 다소 생소했던 인공지능 추론 최적화 스타트업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 인턴으로 일했다. 그 시절, 지금은 한국 AI 반도체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 같은 비상장 기업들의 초기 창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 사람들과 대화하며 엔비디아 주식 이야기는 늘 화두였다. 2020년 가을, 카이스트 학생회관에서 점심을 먹던 중 우연히 두 박사님의 대화를 엿들은 장면도 선명하다. 한 분이 “엔비디아 주식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요?“라고 묻자, 다른 분은 “글쎄요, 저는 지금도 꽤 높다고 느껴지네요"라고 답하셨다. 2025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 엔비디아의 가격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었다.

인턴 계약을 마치고 2021년, 나는 인공지능 연구를 심화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인공지능 컴퓨팅 시스템과 최적화 분야를 다루는 연구실에서 2년간 수학하며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어떤 새로운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탐색하며 따라갈 수 있는 지식 배경과 학습 태도였다. 대학원 과정이 녹록지 않았으나 (실제로 상당한 부침의 시기를 겪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것은 내게 더없이 큰 기회였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주식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테이퍼링의 여파로 1년간 전례 없는 하락장을 겪었다.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이 속출했고, 언론은 ‘AI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엔비디아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뉴스로 도배되었다. 그러나 2025년 지금 돌이켜보면, 이 시기는 AI 산업의 미래를 확신한 이들에게는 절호의 매수 기회였다.

나는 내가 잘 아는 분야의 기업에 투자하면 승산이 높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엔비디아 주식을 간헐적으로 매수해왔다. 결과적으로 평균 매수 단가는 낮았으나, 학생 신분이었기에 자금 규모 자체가 적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장기 보유를 가로막은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었다.

  • 2022년 한 해 동안 지속된 주식 시장의 극심한 부진이었다.
  • AI 산업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되고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못했다.

이 두 상황은 내가 공포의 시기에도 계속 주식을 유지할 수 있는 확신의 뒷심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다행히 적절히 이익을 실현하고 나왔지만, 결국 2025년까지 이어진 엔비디아만의 폭발적인 성장은 함께하지 못했다. 2023년 이후, 나는 엔비디아 단일 종목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AI 시장 전체의 성장을 추종하기 위해 빅테크 ETF를 매수하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규모가 크든 작든 빅테크 자산군에 항상 노출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매수량이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꾸준한 산업 성장기 속에서 사이클을 경험하며 투자 철학을 다듬는 소중한 과정이었다고 회고한다.